
전쟁은 역사가 됐지만, 기억은 아직 살아 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시작된 비극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그 격랑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참전용사들은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부동의 능선에는 아직도 치열했던 전투의 기억이 남아 있고, 영천호국원에는 이름 모를 영웅들이 잠들어 있다.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낙동강 방어선의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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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과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나 전쟁의 아픈 기억을 들어본다.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이들의 나이는 100세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당시 전쟁터에서의 기억은 너무도 또렷하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훌쩍 지났건만 당시의 기억은 어찌 그리도 생생할까. 매일이 일촉즉발(一觸卽發), 생사(生死)를 오갔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은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바로 옆 전우가 쓰러지고, 시체가 쌓인 참호 속에서 적군과 싸워야 하는 그 처절한 현장을 겪어보지 않고, 어찌 가늠이나 할까. 전쟁터는 일상이 갑작스런 죽음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전쟁 세대의 뇌리 속 기억은 강렬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그 호국 영령들의 희생 위에 자유를 누리고, 세계 속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한강의 기적', '낙동강의 기적'은 전쟁의 폐혜를 딛고 일어선 한민족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쾌거다. 본지는 살아 있는 증언을 기록하고, 대구·경북 곳곳에 남겨진 전쟁의 흔적을 찾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