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할머니의 생신 잔치를 위해 옥종면으로 출동했습니다. 집 입구에 승용차가 서 있고 정문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습니다. 할머니의 배우자 89세 할아버지가 모는 차입니다. (75세 이상 고령 부부는 맞춤형 돌봄대상임) 집 안팎이 깨끗합니다. 노부부는 결혼 60주년이었던 몇 년 전 회혼례를 하고 하동군수 표창도 받았습니다. 이혼이 흔한 세상에서 노부부의 해로비결을 여쭈었습니다.
생신 잔칫상에 부부를 나란히 모셨습니다.
-66년 부부로 사시면서 가장 좋았던 일은.
“아이고 쌔고 쌨지 (많았지). 하도 많아 기억도 못 해. 마음 하나 편하게 해주니 좋지!”
-어떻게 해주는 게 마음이 편합니까.
“영감이 복이 많고, 나는 따라 사는 거야. 영감 덕에 사는 거지”
그렇습니다. 노부부의 해로비결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거였습니다. 20살에 시집와서 66년을 부부로 사는 비결을 배우고 갑니다.
다시 북천면으로 갑니다.
94살 할머니가 혼자 계십니다.
전형적인 시골집입니다. 툇마루가 있고 천정에는 빛바랜 가족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벽에는 소쿠리도 걸려 있습니다.
할머니는 생신 잔치보다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 준 것에 고마워하십니다. 태풍에 화장실이 날아가자 면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갖다 놓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야간에 마루를 내려와 화장실 가시는게 보통 고생이 아니었습니다. 방안에서 요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담당 생활지원사가 면사무소를 여러 차례 다닌 끝에 수세식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생산잔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할머니 따라 나오면서 손을 놓을 줄 모릅니다. 할머니께서 깨끗한 화장실을 오랫동안 사용하시면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할머니 집으로 가는 돌담이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