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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치매의 날'..조기치료가 최선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09-09-18 09:21:10 | 조회수 : 1802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오는 21일은 세계치매협회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기억력 등 여러 가지 지적 능력의 감퇴가 오는 증상을 일컫는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대부분이 치매를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나에게도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 질환이 바로 치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08년 치매 유병률'을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가 8.4%(42만명)에 달하고,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도 4명 중 1명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만큼 이제 치매는 남의 얘기가 아닌 셈이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로 2027년에는 치매노인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와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치매의 날을 앞두고 `황혼의 덫'으로 불리는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초기에 나타나는 치매 증상을 잘 살펴라 = 치매 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에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치매 환자들이 가지는 초기 증상들을 염두에 두었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①기억장애 = 전화번호,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약속을 잊고, 약 먹는 시간을 놓친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만하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을 때가 빈번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최근 기억에 비해 아주 젊었을 때나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잘 기억하기도 하는 만큼 옛날 일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②언어장애 = 물건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와 병행해서 읽기, 쓰기의 장애도 나타난다.

③시공간능력 저하 = 방향감각이 떨어지거나 심해지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④계산력 = 물건을 살 때 돈 계산이 틀리거나 돈 관리를 하는데 실수가 잦아진다.

⑤성격변화와 감정변화가 일어난다 = 꼼꼼하고 예민하던 사람이 느긋해진다거나, 말이 많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말수가 적어지거나 얼굴표정이 없어지고 집안에만 있기를 좋아 한다든가 매사에 의욕적이던 사람이 흥미를 잃기도 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고 남을 의심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매우 깔끔하던 사람이 세수나 목욕을 게을리하는 등 개인위생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 건망증이 심하다고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이유는 치매 초기에 기억력 상실이 나타나기 때문인데, 깜빡깜빡하는 것이 치매 초기 증세인지, 단순한 건망증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건망증은 단기기억 장애 또는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 장애로, 주의집중 훈련 등을 통해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치매는 뇌세포가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진행되는 증상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단순히 기억력 상실 등의 증세를 보이지만, 방금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갑자기 아이처럼 행동하며 감정조절이 안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를 잊는 것은 건망증이지만, 열쇠를 찾아도 시동을 거는 법까지 생각나지 않으면 치매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으로 오해 말아야 = 난치성 노인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1817년 제임슨 파킨슨(James Parkinson)이라는 의사에 의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파킨슨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이병은 미국의 영화배우 마이클 J폭스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앓아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흔히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굳어지는 증상이 보이는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치매와 혼동하기도 한다.

특히 몸이 굳어져 가면서 환자 스스로 보행이 어려워지고 균형장애나 인지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치매로 오인되기 쉽다.

또, 아직은 그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난치성 노인질환이라는 점도 역시 치매와 혼동하기 쉬운 요소다. 그러나 파킨스병은 치매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치료법 역시 다르다.

파킨슨병은 치매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는 달리 도파민성 약물을 투여하면 운동장애에 대한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치매, 조기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 요즘 `최소인지장애'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소인지장애는 나이에 따른 생리적인 기억장애와 치매에 의해서 나타나는 기억장애의 중간상태를 말한다.

최소인지장애를 보이는 사람의 10-15%가 매년 대표적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게 된다.

의.과학자들은 최소인지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 부류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치료방법을 발견하는데 연구의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마찬가지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치매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퇴행성 질환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료가 가능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면 적어도 더 이상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수두증, 뇌 양성종양, 갑상선질환, 신경계 감염, 비타민 부족증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하는데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혈관성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막는 것은 물론 예방할 수도 있다.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최신 항치매약물들이 속속 개발되는 것도 희소식이다.

최근 임상 진료현장에서 치매 여부를 즉시 진단할 수 있는 빠르고 정확한 컴퓨터 치매 진단 도구가 개발돼 조기치매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면역치료법, 유전자치료법, 줄기세포치료법 등이 활발하게 연구 중이며, 알츠하이머 백신도 거의 실용화 단계에 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치매환자도 재활치료 해야 = 치매도 질병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인지재활치료를 실시하면 인지능력의 소실을 최대한 더디게 할 수 있다.

인지 재활치료는 손상된 뇌 기능의 회복을 위한 치료와 남아있는 기능을 이용해 소실된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주로 기억력 회복을 돕기 위해 카드, 화투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사건을 연관 짓게 하는 연상법을 사용하거나, 오늘 날짜나 요일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준 후 곧바로 물어본 뒤 1-2초 후에 또 묻고, 10초 후에 다시 물어보는 식으로 시간차 회생훈련을 한다.

또한, 주의력 향상을 위해 일정한 철자를 정한 후 치료사가 읽는 도중에 해당 철자가 발견되면 지적하게 하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장기나 게임을 통해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반복한다.

이와 함께 치매환자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면 근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심폐지구력을 향상시기 위한 `5분정도 걷기'와 `10~20회 정도의 앉았다 일어서기', `30초~1분 정도의 눈뜨고 외발서기' 등의 운동이 추천된다.

서울특별시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동현 과장은 "노인 치매환자의 경우 질병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재활치료를 실시한다면, 질병 악화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면서 "일상생활에 흔히 쓰이는 용품들을 이용해 간단하면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시행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도움말: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서국희 교수,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 서울특별시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동현 과장, 을지병원 신경과 박종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