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여름나기 무서워"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07-06-12 10:16:28
|
조회수 : 2254
독거노인·복지시설 "여름나기 무서워”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6-12 06:39
최근 예년보다 일찍 더위가 찾아온 데다 올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전망까지 나오면서 부양가족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이나 복지시설 노인들의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선풍기나 에어컨을 아예 갖추지 못했거나 냉방기가 있더라도 이를 가동할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지방자치단체와 노인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은 상당부분 재원을 지자체의 지원금에 의존하는데, 현행 규정상 지원금 항목에 난방비는 있어도 냉방비는 따로 설정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복지시설 중에는 여름이면 냉방비용이 대폭 늘어나지만 제대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냉방기를 충분히 가동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그나마 법인으로 등록된 복지시설은 올해부터 전기요금을 20%씩 할인받고 있으나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거나 미인가 시설은 이조차도 ‘그림의 떡’이다.
강원도 춘천의 노인요양시설 ‘무지개 동산’의 조정화 사회복지사는 “기저귀 차고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은 여름에 욕창이 심해지는 데다 너무 더우면 축 처진 분도 많아 걱정이 된다”며 “최근 신고시설로 전환했지만 복지법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각종 혜택에서 제외돼 냉방비 부담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종임(79·여)씨는 “박스 주우러 다니다 보면 땀이 나서 흠뻑 젖지만 하루에 고작 몇 천원 버는 처지에 전기료가 두려워 선풍기를 틀지 않고 그냥 참는다”고 말했다.
서울 사당종합사회복지관 송사은 지역복지팀 과장은 “독거노인들 중 기초생활수급권자가 80%, 차상위계층이 20%일 정도로 거의 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라며 “여름에는 습기가 많이 차는 데다 고온 때문에 병이 생기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으로 일부 지자체 등이 지난해부터 폭염발생 시 동사무소와 경로당 등을 ‘쿨링센터(cooling center·폭염 대피소)’로 지정, 노인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홍보마저 잘 안 돼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박정순(78·여)씨는 “여름엔 집에서 복지관까지 가려고 해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 게 성한 사람도 죽을 지경인데 노인네들은 어떻겠느냐”며 “쿨링센터가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동사무소는 일하는 곳인데 눈치 보여서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한정란 교수는 “도시도 문제지만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한데 쿨링센터 등의 정책들이 대부분 도시 노인을 위한 것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책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