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취업박람회 노인들-업체 ‘동상이몽’
이 름 : 생활복지사
시 간 : 2006-09-15 13: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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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취업박람회 노인들-업체 ‘동상이몽’
“많은 수입”- “값싼 노동력” 엇갈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
▲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실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구인업체의 부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낙중기자
구인업체와 구직자의 희망차이, 고령화사회의 노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실버취업박람회’가 잇따르고 있으나 구인업체와 구직자의 인식차가 워낙 커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구인업체는 보다 ‘값싼 노동력’을 원하고 있으나, 취업희망 노인들은 ‘보다 많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제2전시실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이날 강남구청에서 주최한 ‘2006 실버취업박람회’에 들른 노인 구직자는 3400여명. 그러나 구청이 협조를 구한 1800개 업체 중 37곳만 직접 참가했고, 18곳은 이력서만 제출받는 간접 참가 방식을 택했다. 530여개의 일자리 또한 경비, 지하철 택배, 간병, 파지수거 등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었다.
박람회에서 만난 노인들은 대부분 월급으로 100만원 이상을 기대했지만, 이를 충족하는 업체는 15곳 정도였다. 연봉 3000만원 이상을 제시한 두 회사에는 60세 이하 영업경력 10년 이상(항공화물 국내운송 영업 임원), 50~55세 대졸 이상(방역업체 지사장)이라는 조건이 붙어 일반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방역업체 지사장 직에 지원한 허모(55)씨는 “이런 자리 말고는 경험을 살리기가 힘들고 다른 곳은 임금이 너무 낮다”며 “월 200만원 이상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더 볼 게 없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업체들의 수요를 고려해 만50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았다. 비교적 젊은 50대 위주로만 기회가 주어져 60대 이상은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37개 업체 중 22곳은 50대까지만 지원자를 받았고, 58세 이하로 제한한 업체도 7, 8곳이나 됐다. 길동에서 왔다는 박모(59)씨는 “이왕 왔으니 노력은 하겠지만 구인업체는 적고 구직자는 많은데다 나이까지 따지니 나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남자들에 비해 사회생활 경험이 적고 자격증도 없는 여성들은 더욱 푸대접을 받았다. 가사·산모 도우미를 선발해 교육한 뒤 취업까지 알선해 주는 오혜인(여·24) 이화여대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오늘은 25명 정도 뽑으려고 생각했는데 마감을 2시간 앞둔 오후 3시쯤 이미 49명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도곡동에서 온 김모(여·57)씨는 “자식들 키우며 주부로만 살다 남편이 퇴직해 나와 봤는데 여자가 할 만한 일이 많지 않다”면서 “이 중에 얼마나 취직이 될지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남구청은 이날 박람회 현장에서 196명이 취업했으며, 이들 중 60대 이상은 30%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