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족한 노약자 우대”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05-12-18 2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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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노약자 우대좌석 또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진정 그들을 위한 배려인지 의심이 들때가 많다.
며칠 전 노인의 성에 대한 강연을 들으러 노인복지관을 찾았을 때 일이다. 출퇴근 시간을 약간 빗겨선 아침 시간, 붐비지는 않았지만 자리를 찾고 앉을 만큼 한가하지도 않은 지하철 안에서 어르신들 몇 분이 경로석 앞에 힘겹게 서계셨다. '경로석이 아닌쪽으로 이동하면 젊은이들이 양보해 줄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노인들 중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자리는 여기로 정해져 움직일 수 없다는 듯…
복지관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노인들을 뵙고 지하철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들은 "중앙으로 갈라쳐봐, 얼마나 젊은 사람들 눈치가 뵈는데..그리고 내릴 때 힘들어서 안돼"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노약자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노인들의 안전권을 한정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의 눈에 지하철공사의 배려는 이렇게 보였다. 한 칸에 얼마간의 자리를 마련하고 노약자와 장애자를 통합하는 문구를 새긴 채 그로서 임무를 다했다는 식이다. 앉고 서는 것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보다 더 편안한 동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 됐는지, 노인들의 안전권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도록 자리배치에 관심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노약자를 위한 지하철 전용 엘리베이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턱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지하1층까지는 운행을 도왔으니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해결이라는 식의 시설은 그것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불만을 조성한다. 재정상이라는 변명도 이제는 진부하다.
외국의 경우 휠체어를 탄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베리어프리 디자인에서 어린이나 노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도시설계가 바뀌고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 설계까지 바라지는 않더라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몇 번씩 숨을 고르는 노인들이 없는 세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타면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해서 오히려 눈치보인다는 세상, 대한민국에서 가능해지길 기대해 본다.
서희정 기자
<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