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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기도
이  름 : 과장
시  간 : 2005-06-28 14:06:43 | 조회수 : 383
감나무의 기도

박해옥


지난 삼동 저 집은
등불을 끈 채 기척이 없더니
사랑만 열심히 했음인가
오불고불한 노랑모자 폭 눌러쓴 애기감이
쌍시옷 꼴로 수도 없이 맺혔어요
빨래 줄엔 하나 가득 푸른 기저귀 팔랑거리고
새들은 드나들며 숨박질인데
살픗 열린 쪽창으로 새어 나는 기도소리

비가 오면 지붕이 새고
바람 불면 고단한 삶일지라도
가을이 붉게 익은 날
산동네 벗과의 약속도 지켜야하고
감꽃을 주워가든 아이들도 돌아 올 것입니다
못남 잘남 가림 없이 모습대로 달게 익어
얻으러 왔던 자들이
빈 입 다시며 돌아서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거짓부렁이 장미가 지고
태양은 불덩이로 여물어 가고
여름은 무너지도록 길을 메웁니다
감꽃 몇 잎 주워서
마음갈피에 착착 끼워두고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