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카네이션’…기초노령연금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08-02-17 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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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70세가 넘은 어르신 약 190만명에게 2만원에서 8만4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이 처음으로 지급됐다.
경기도에 사는 어느 할머니는 체납되었던 전기세를 기초노령연금으로 납부해 한 시름 덜게 됐다고 좋아하셨고, 충북의 한 할머니는 받은 돈을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며 노인복지시설에 기부하셨다는 훈훈한 얘기도 들었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1960, 1970년대를 힘들게 지내면서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을 일구어냈던 주역들이다. 젊어서는 자식들 교육 시키느라 노후 생활을 준비하지 못했고, 부모로부터 유산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노인 3명 중 1명 소득·재산 없어
사회보장제도의 역사가 짧아 제도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다.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마당에 노인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 집에서 자식들과 같이 살며 부양을 받는 것은 더 어렵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겠다는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하루하루를 자식들 눈칫밥 먹으며 지내려면 마음고생이 오죽할까 싶다.
통계에 의하면, 노인 세 분 중 한 분은 소득과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한다. 스스로 노후 준비가 돼 있다는 사람도 2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초노령연금 제도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해서 생활안정에 다소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금년 7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까지도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노인의 약 60%인 약 300만 명이 기초노령연금 혜택을 받게 된다. 2009년에는 그 대상이 전체 노인의 70%인 약 363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노인 대부분이 연금 받는 시대
올 1월부터는 200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작된 이후 보험료를 계속 내기만 했던 가입자들이 드디어 완전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현재 약 110만 명의 노인들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 등을 받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노인의 23%에 해당되는 숫자다. 이제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으로 소득재산이 많은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어떤 형태이든 연금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도 많다. 최고 8만4000원에 불과한 돈이 용돈은커녕 푼돈도 되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다. 그러나 이 돈을 값지게 여기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노령연금의 존재 의미를 바로 느낄 수 있다.
개개인에게는 소액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라 전체의 재정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금년 한 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데 정부가 책정한 예산이 모두 2조2000억원에 이른다.
노후소득보장의 주춧돌 되기를
제도 준비 과정에서 재정 부담 문제를 놓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와의 의견 차이도 있었다. 중앙정부도 그러하지만, 갑작스런 큰 돈을 마련해야 하는 지방 정부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득 재산을 따져 전체 노인의 60%를 가려내는 작업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듯 어렵사리 시작한 기초노령연금 제도의 의의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 자식세대가 다 못한 부모세대에 대한 부양의 책임을 사회 전체가 같이 나누어 진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부모 세대에게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달아드리는 마음의 카네이션이다. 아직은 넉넉하지 않은 연금이지만 지금 시작하는 이 작은 노력이 노후소득보장의 중요한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
문창진 보건복지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