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푸드마켓…‘나눔’도 꽁꽁 얼어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05-12-18 22: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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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푸드마켓…‘나눔’도 꽁꽁 얼어
기부 ‘뚝’ 끊겨…저소득층 아쉬운 헛걸음
구청에서 월 30여만원을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모(여·58·서울시 도봉구)씨는 14일 오전 10시쯤 도봉구 창동역 1층에 자리잡은 서울 푸드마켓을 찾았다. 연말을 지낼 먹을 거리가 필요했던 김씨는“오후가 되면 물품이 동날 수 있다”며 일찌감치 집을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매장의 진열대는 거의 텅비다시피 했고 바나나와 쥬스, 그리고 과자 몇 개가 전부였다.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바나나 2개와 쥬스 8병을 시장바구니에 넣고는 매장을 나왔다. 김씨는 “공짜로 먹을 거리를 나눠준다니 고맙기는 하지만 사실 쌀이나 밑반찬 같이 도움되는 것은 찾기 힘들다”며 “먹을 거리가 떨어져 찾지만 헛걸음할 때가 많아 요즘은 잘 안오게 된다”고 푸념했다. 또 이날 수급자인 누나 대신 왔다는 노모(서울시 동대문구)씨는 “국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는데 끼니를 떼울 것은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푸드마켓을 찾은 일부 수급자들은 매장을 둘러보다가 아예 빈손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독거노인, 영세민 등에게 무료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푸드 마켓’이 썰렁하다. 푸드 마켓을 이용하려는 저소득층은 크게 늘어났지만 이들을 도울 기업이나 시민들의 나눔의 손길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는 도봉구, 양천구, 서대문구 등 3곳에서 푸드 마켓이 운영되고 있다. 푸드 마켓은 기업이나 일반 시민들로부터 잉여 식품이나 물품을 기탁받아 저소득층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곳이다.
창동의 서울 푸드마켓은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열 당시만 해도 기업과 개인의 기부참여가 이어지면서 성공사례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하루 운영하기가 벅찰 정도로 물품이 부족한 실정이다.오픈 초기 1,500명이였던 이용자는 현재 7,200명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고 지금도 매달 20~30명씩 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서 기부한 물품은 올 10여억원으로 평년 8~9억여원에 비해 조금 늘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 관계자는 “물품이 부족해 매장이 텅빈 날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서대문구 냉천동 ‘서대문 정 담은 푸드마켓’은 이용자수를 500명으로 제한했다. 기부물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마저 1인당 한달에 한번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가져갈 수 있는 양도 5개품목 1개씩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곳 관계자는 “우리도 많이 드리고 싶지만 기부물량이 너무 부족해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또 양천구 신정3동에 위치한 ‘해누리 푸드마켓’ 관계자는 “인근 쇼핑몰업체서 월 30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어 그럭저럭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이 끊기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지자체의 무관심도 영세민의 겨울나기를 힘겹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까지 종로구 등 푸드마켓 6곳을 추가로 운영하는 등 2007년까지 25개 전 자치구에 푸드마켓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말을 보름남짓 남긴 14일까지 추가 오픈한 곳은 서대문구 1곳뿐이다. 서울시 한 구청담당자는 “푸드마켓 개설하는데도 도시계획 결정 등 심의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장소 선정이나 매장 인테리어 비용 등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02년 15만 7000여명에서 2005년 11월말 현재 18만4000여명으로크게 늘어났다.
문화일보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