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무원 예산탓 충원 외면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05-12-06 10: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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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증원이 지지부진하다. 올부터 이들의 인건비 일부를 부담하게 된 지자체가 재정난을 들어 이들의 고용을 꺼리는 탓이다. 이 바람에 소외계층의 이번 겨울 나기는 한층 더 힘겨워졌다. 5일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복지전담공무원 1,83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충원은 79.1%에 그치고 있다. 건빵 도시락 파문이 일자 늘리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주 광역시는 복지전담공무원을 44명 늘려야 하지만 단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부산시도 121명 증원목표에 실제 채용은 59명에 불과하다. 울산시는 42명 목표에 10명, 전남은 174명 목표에 67명, 전북은 109명 목표에 52명을 각각 늘렸다. 이들 지역 주민의 체감 복지가 달라질 수 없다.
예컨대 광주시 복지공무원들은 맘과는 달리 남구 월산 4동 동신대 사회복지관 뒤편 언덕배기에 사는 저소득층 ‘나홀로 노인’ 10여명을 자주 찾아갈 수 없다.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끊긴 이들에게 자신들이 ‘귀한 손님’인 것을 뻔히 알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다.
1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 사는 이모 할아버지(88)는 “가끔 찾아와 말동무 해주는 복지전담공무원은 자식보다 더 반가운 존재들이지만 너무 바쁜 그들을 자주 오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할아버지는 “겨울만 되면 더 몸이 아파 나 혼자 지내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리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증원 인원의 절반도 채용하지 않은 부산 해운대 한 동사무소 복지전담공무원 김모씨. 그와 다른 두 직원이 맡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만 350가구 550여명이다. 여기에 장애인과 독거노인, 편부모 가정 등 기타 저소득층 가정까지 합하면 김씨 담당 가정만 280~350가구나 된다.
김씨는 “사회복지는 발로 뛰면서 관내 구석구석을 다녀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 오후에 잠깐 현장에 간다”며 “동사무소를 찾아오는 수급자가 많기 때문에 사무실을 비울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부실한 도시락마저 배달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학생들도 있다.
복지전담공무원의 충원이 안되는 것은 바뀐 인건비 지원방식 때문. 원래 중앙정부가 복지전담공무원 인건비의 85%를 지원하고 나머지만 지자체가 부담했다. 하지만 올부터 지방이양사업으로 분류돼 중앙정부가 인건비를 명시하지 않고 예산을 포괄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복지에 대해 관심이 덜한 지자체들이 예산부족을 앞세워 복지전담공무원 채용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크게 낮은 전남 영암군은 증원목표 8명을 초과한 12명을 채용, 지자체들의 변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요컨대 단체장의 복지에 대한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원희복·배명재·권기정기자 wonhb@kyunghyang.com〉
한국경제